서울대학교 문리과 대학 시기
1946년 10월 서울대학교가 개교했을 때 철학과는 문리과 대학의 한 학과로 출발하였다. 그러나 그 연원은 1926년에 설치되었던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철학과라 할 수 있다. 1945년 해방과 더불어 경성제대가 남긴 것을 넘겨 받아 경성대학이 섰고, 문리대 철학과는 경성대학 철학과의 교수, 학생, 연구실, 도서들을 그대로 넘겨받았으니 말이다.

경성대학 철학과는 안호상, 김두헌, 박종홍 등 세 교수와 김규영 조수가 취임하고, 경성제대 철학과와 예과에 재학 중이던 몇몇 한국 학생에 더하여 편입생을 받아 학과를 구성하였다. 당시 강의 내용은 독일철학 일색이었는데, 그것은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안 교수 외에 다른 두 교수도 각각 도쿄제대와 경성제대에서 주로 독일 철학을 수학한 이들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서울대학교 철학과가 세워진 1946년에 동양철학 전공의 민태식 교수와 헤겔 전공의 김계숙 교수가, 또 1947년에 하이데거 철학 전공의 고형곤 교수가 부임하였다. 1950년 초에는 교육 철학 담당의 이인기 교수가 취임하였다. 그러나 학과의 교과 내용은 여전히 독일 철학 위주였다.

해방 후의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엄청난 수의 학생들이 정치학과에 몰릴 때 철학과는 서양철학사, 윤리학사, 칸트와 헤겔의 원서강독 등 기초교과부터 차근차근 다져나감으로써 국문학과, 사학과와 더불어 동숭동 캠퍼스에서 '공부하는 학과','학문하는 학과'로 손꼽혔고, 학과로서 면모를 갖추어갔다.

이때 4년의 학사과정을 마치고 계속 학문 연구에 뜻을 두는 학생을 위하여 수업 연한 2년 이상의 대학원과정도 설치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움트려던 싹은 1950년 한국전쟁으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로써 학과와 더불어 학문의 발전도 그만큼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학은 부산 피난지에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나마 강의를 계속하였다. 1951년 당시 서울대학교 학생정원은 총 10,300명이었으며, 이 중 철학과의 총 정원은 100명이었으므로 한 학년 정원은 대략 25명이었다.

세계 제2차대전 전후에 범세계적으로 일게 된 실존주의 바람은 전란으로 허덕이는 한국의 피난 캠퍼스에도 불어닥쳐 박종홍, 고형곤 두 교수의 강의가 그 방면에 상당히 치중되었고, 특히 학사, 석사 학위논문의 제목으로 하이데거나 야스퍼스를 택하는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은 현상이 1954년에 대학이 서울로 복귀한 후에도 상당 기간 지속되었다.

이보다 앞서 김계숙 교수가 1948년 사범대로 적을 옮기고, 안호상, 김두헌, 민태식 교수가 1948년과 1950년에 연달아 정관계로 떠났지만, 1952년에 최재희 교수, 1954년에 김준섭 교수, 그리고 이어서 박홍규 교수가 부임하면서 철학과의 교수 진영은 일신되었다.

최 교수는 본래의 전공인 윤리학에서부터 독일 고전철학 및 역사철학 등으로 강의의 폭을 넓혀갔고, 김 교수는 당시 한국에는 거의 생소한 과학철학, 언어철학, 현대논리학 등을 처음으로 소개하였다.

또 박 교수는 이제까지 소홀히 취급되었던 서양 고대 및 중세의 철학 그리고 프랑스 철학을 소개하였다. 이로써 철학과의 강의 내용은 제법 다채롭게 되어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의 철학과는 출발시부터 서양철학 위주여서 동양철학과의 균형을 잃고 있었다. 유학 전공의 민태식 교수가 떠나고 나서 1972년에 유학 전공의 이남영 교수가 전임으로 부임할 때까지 20여 년 동안 동양철학 강좌는 오로지 한 두 분의 시간강사에 의존함으로써 이 분야의 후진을 제대로 양성하지 못하였다.

한국철학과 관련하여서 특기할 것은 박종홍 교수의 <한국철학사> 강의이다. 원래 박 교수는 서양철학을 전공하고 강의하였으나, 1957년에는 '퇴계의 교육사상'강좌를 열고, 그 해부터 『한국사상』지에 한국의 옛 고승들의 불교사상을 연재하기 시작한 한편, 1959년부터는 대학에서 <한국철학사>를 강의함으로써 1960년대의 한국학 붐의 선도적 역할을 하였다.

1968년에 정년 퇴임한 박 교수와 더불어 고형곤 교수 역시 동서양철학에 똑같이 조예가 깊었다. 그 연구 성과는 그가 서울대 교직을 떠난 후에야 저술로 발표되었지만, 고 교수는 특히 한국불교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였다.

그 동안 1962년에 현대윤리학 전공의 김태길 교수, 1966년에 실존철학 전공의 안상진 교수가 부임하였고, 1968년 가을에 이인기 교수는 전직하였다. 또 1961에 부임하여 실존철학과 현상학 강의로 학생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다 1970년에 사임한 조가경 교수 후임으로 1972년에 현상학 전공의 윤명로 교수가 부임하였다. 그리하여 1975년 종합화계획으로 서울대학교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하기 직전에 철학과에는 김준섭, 최재희, 박홍규, 김태길, 윤명로, 안상진, 이남영 등 일곱 교수가 있었다.

한편, 1961년 5.16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들어선 후 그 해 9월 '교육에 관한 임시특례법'이 발표되어 서울대정원이 감축되었고, 이에 따라 철학과 정원도 기존 100명에서 80명으로 줄어들었다. 또 1969년 12월 27일, 문교당국에 의해 미학과와 종교학과가 철학과로 폐합되어 미학과와 종교학과는 철학과 내의 '미학전공'과 '종교학전공'으로 머물게 되었다.

이 때문에 외형상으로 철학과의 학사과정 정원은 미학과, 종교학과의 정원 40명이 더해져 총 120명이 되었다. 그러나 '철학전공' 학사과정 학생의 실질 정원은 변함이 없었다. 1974년부터 계열별 모집이 이루어졌는데 철학과 학사과정 한 학년 정원은 40명이었지만 실제 배정인원수는 20명에서 30명 사이였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1975년 대학종합화계획에 의한 관악캠퍼스 이전과 함께 여러 단과대학에 소속돼 있던 다섯 교수가 철학과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들은 정년을 한 해 앞둔 박상현(실존철학) 교수를 제외하고는 현상학의 한전숙, 인식론의 정진, 역사철학의 이상철, 형이상학의 소광희 등 모두 40대의 중견 교수들이었다.

덕분에 학과 교수가 12명으로 되었고 또 평균연령도 대폭 낮아져서(그래도 당시 타 학과에 비하면 높은 편이었지만), 학과 내 모든 일이 민주적으로 논의, 결정되는 등 그때까지 권위주의적이고 경직돼 있다고 평을 받던 학과 분위기가 완전히 쇄신되었다.

그러나 이 갑작스런 행정조치로 학과의 독일철학 전공 교수 수가 더욱 늘게 된 학과는 조속히 영미 분석철학 등 타 분야 담당 교수를 보충할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안되었다.

학과는 1977년 4월 사회철학 전공의 차인석, 분석철학 계통의 김여수와 이명현 등 세 교수를 일시에 맞이하였다. 이것은 서울대학교에서 처음으로 시행한 교수공개채용제도에 따른 것이었지만, 학과 교수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대학당국의 일방적인 인사 결과였다. 그러나 이 인사는 학과 교수의 현원을 15명으로 늘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새로 부임하게 된 세 교수는 모두 몇 해 전에 각각 미국, 독일 등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30대의 소장학자들이어서 이로써 학과 교수들의 전공분야가 대강 균형을 잡게 되고 평균연령이 한층 낮아지면서 학과 운영이 더욱 민주적으로 되고 또 교수, 학생 양쪽의 연구 분위기에 활기를 불어넣게 되었다.

이런 움직임은 학과 창설 후 한 세대를 거친 이때에 처음으로 <철학과 규약>을 제정하는 작업으로 나타났고, 이 규약은 다음해(1978년) 3월 공포, 시행케 되었다. 이 규약은 학과 운영을 위해서 교무, 연구 및 학생지도의 세 위원회를 두고 모든 일을 해당 위원회에서 공동 토의하기로 하였다. 또 학생들의 면학을 독려하기 위해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논문 제출에 앞서는 자세한 지도과정을 규정하고 또 석,박사학위논문제출자격시험을 강화하여 서양철학전공의 경우는 1) 존재론 및 형이상학, 2) 인식론, 3) 윤리학, 4) 과학철학, 5) 언어철학 및 논리학, 6) 사회 및 역사철학, 7) 서양고대철학의 7 분야로 나누고 학위청구논문 제출 예정자는 이중 어느 한 분야에 편중되지 않고 넓고 깊게 공부하도록 유도하기로 하였다.

또 학과가 매해 정기적으로 학술논문지 『철학논구』를 간행하기로 규약에 정하였다.
1972년에 창간된 이 학술지는 그때까지는 학생들로 구성된 <서울대학교철학회>가 주관하던 것을 새 규약에서는 교수들로 구성된 편집위원회(위원장: 학과장)가 주관하고 또 논문도 엄선하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1978년 8월부터는 교수 편집위원단에 의한 학술지로 격상되어, 2003년 현재 제25집까지 발간되었다. 그리고 1986년 4월부터는 시험관리위원회를 두어 대학원의 입시, 논문제출자격시험 등 각종 시험을 좀더 엄정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로 규정을 보완하였다.

동양철학 분야는 1980년과 1982년에 각각 불교철학 전공의 심재룡, 인도철학 전공의 길희성 두 교수를 맞아서 겨우 진영을 갖추게 되어 마침내 1983년부터는 대학원과정에서 동양철학 전공분리가 이루어져 동양철학 단독으로 독자적인 교과고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정부에 의해 강제로 통합되었던 철학, 종교학, 미학 3과의 분리(원상회복)는 1985년 3월에 이루어졌다.

그 사이 1981년부터 시행된 졸업정원제로 말미암아 철학과 학사과정 졸업정원은 40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졸업정원제가 취지에 맞지 않게 그 폐단이 커지자 1986년경부터 다시 예전 제도로 되돌아갔으며 따라서 철학과 한 학년 정원은 30명으로 조정되었다.

교수진용에도 변화가 있어 1978년과 1979년에 김준섭, 최재희 두 교수가, 그리고 1984년 8월과 1986년 2월에 박홍규, 김태길 두 교수가 연달아 정년 퇴임하였다. 1982년 9월에 서양고대철학의 이태수, 1985년 8월에 서양고대철학의 김남두, 윤리학의 황경식 교수가 각각 부임하였다.

한편 1980년 7월부터 1984년 8월까지 이명현 교수가 정치적인 이유로 군사정권에 의해 강제로 해직 당하였다. 길희성 교수가 1984년 서강대학교로, 안상진 교수가 1985년 2월 한림대학교로 전직하였다. 이상철 교수는 1986년에 작고하였고, 윤명로 교수는 1987년 8월에, 한전숙 교수는 1992년 8월에 각기 정년 퇴임하였으며, 정진 교수는 1992년에 별세하였다.

그 대신에 근대영국철학 전공의 김효명, 논리학 전공의 김영정 교수가 1988년 3월에,
중국철학 전공의 송영배, 인식론 및 독일고전철학 전공의 백종현 교수가 각각 1988년 7월에 부임하였고, 새로 한국철학 전공의 허남진 교수가 1992년 9월에 충원되었다.

그리고 1995년 9월에는 독일현대철학의 이남인, 프랑스철학의 김상환 교수가 새로 부임했다. 한편 1998년 8월에는 차인석 교수가 정년 퇴임했고, 같은 해 9월에는 김여수 교수가 사임했으며, 1999년 8월에는 소광희 교수가 정년 퇴임했다. 그에 따라 1999년 9월에 분석철학 담당 김기현 교수, 존재론 담당 박찬국 교수, 사회철학 담당 정호근 교수가 부임했으며, 1999년 8월에는 대학원 과학철학 및 과학사 협동과정의 조인래 교수가 편입해 옴에 따라 철학과 교수진은 모두 17명으로 구성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응하여 2003학년 기준 학사과정 한 학년 학생 정원은 27명이고,
대학원은 동양철학전공 석사과정이 7명, 박사과정이 5명이며, 서양철학전공은 석사과정이 14명, 박사과정이 8명이다.

2002년 9월에는 대학의 외국인 초빙교수 제도에 의거하여 중국 고대사상 전공의 중국인 郭沂(Guo Yi) 교수가 2년 계약으로 초빙되어 대학원 강좌를 담당하였다.

2003년 8월 현재 인문대학 철학과에 재직한 전임교수는 모두 합하여 31명이며,
그 기간에 학과는 학사 1,247명, 석사 401명, 박사 95명을 배출하였다.